10월 북촌 공정여행에 참가했던 신현수 선생님(부평고등학교)의 여행기입니다.
공감만세의 여행을 잘 알 수 있는 자료라서 사용 허락을 받고 올리게 되었어요.
게재를 허락해주신 신현수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
(원본은 하나의 글이나 임의로 분할하여 올립니다.)




신현수의 걷기 여행 - 북촌에서 일박 이일



  한 달에 한 번 떠나는 여행인데도 개인 일정과 여행 프로그램 일정과 신문사의 원고 마감 기일을 모두 맞추는 게 만만치 않다. 민주올레를 진행했던 시민단체인 ‘시민주권’에서 주최하는 임진강 평화여행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개인일정이 안 맞았고, 인천연대서지부에서 주최하는 매향리 평화기행은 원고 마감일을 맞출 수 없었다. 우연히 ‘공감만세’라는 곳에서 주최하는 북촌 기행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이 기행에 참가했다.

  진작부터 북촌은 한 번 마음먹고 꼼꼼히 뜯어보고 싶었었는데 이번에 맞춤한 프로그램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북촌에서 일박이일까지 할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뜻밖에도 일박이일이었다.

  지난 10월 16일부터 17일까지 ‘공감만세’에서 주최한 북촌 공정여행을 다녀왔다. 계동길에 있는 북촌문화센터에서 일행을 만나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후 북촌 공정여행을 시작했다. 먼저 서울 게스트 하우스로 갔다. 집 앞의 작은 마당을 배꼽마당이라고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다음은 노란벽 작업실을 지나 청원공방으로 갔다. 청원공방은 소목장 심용식 선생의 집 겸 교육장이다. 우리가 찾아간 날도 수강생들이 창호를 열심히 배우고 있었다. 신문을 보니 아리랑 티브이에 심용식 선생에 관한 다큐 프로그램이 방영될 예정이라고 나왔다.

  북촌에 안 가봤다면 그가 누구인지 몰랐을 거다. 신문도 아는 만큼 보인다. 소목장은 가구, 문방구 창호 등을 만드는 장인이고, 대목장은 대들보 등 큰 재목을 마름질하고 다듬는 장인이다.

 


   가회로로 나왔다. 북촌의 메인 로드다. 북촌에 그렇게 넓은 길이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헌법재판소와 감사원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나마 가로수가 소나무라서 다행이다.


  여기서 북촌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가야겠다.
  원래 북촌은
청계천 또는 종로(는 동대문과 서대문을 잇는 길이다. 종로길을 피해 다니기 위해 종로길을 따라 좁게 만든 길이 피맛길이고)의 북쪽을 뜻하지만, 현재는 주로 경복궁과 창덕궁을 잇는 도로인 율곡로의 북쪽을 말한다. 율곡로 북쪽 중에서도 주로 삼청동길(사간동길)에서 창덕궁길(원서동길)까지를 북촌으로 부르고 있다.

  율곡로에서 북촌으로 이어진 길은 대충 6개 정도가 되는데, 맨 왼쪽이 동십자각에서 삼청공원 쪽으로 올라가는 삼청동길, 풍문여고에서 시작하는 감고당길,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별궁길, 안국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가회로(재동길), 안국역 3번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면 현대빌딩이 나오는데 거기서 시작하는 계동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창덕궁 담장을 따라 난 창덕궁길(원서동길)이 있다.
  편의상 북촌을 직사각형으로 생각한다면, 가운데 열십 자의 모양으로 길이 나있는데 세로로 난 길이 가회로이고, 가로로 난 길이 북촌길이다. 삼청동길이 가장 번화하고, 가회로가 소위 메인 로드이며, 계동길이 북촌의 옛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하고 있지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 대부분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 설명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백독이 불여일견, 백번 읽어도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 특히 기행은 그렇다.

  당장 지도를 들고 3호선 안국역에 내리시라.


  그럼 계속해보겠다.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이므로 당연히 길지 중의 길지다. 그러니 주로 세도가들이 모여 살았고 그래서 아무 아무개 집터가 많은 거다. 반대로 남촌, 즉 현재 남산 근처는 가난한 선비나 하급 관리들이 모여 살았다. 딸깍발이니, 남산골샌님이니 하는 말들이 그래서 나왔다. 책만 읽느라 찢어지게 가난했던 허생전의 주인공인 허생의 집도 남산골이었다. 일제는 북촌의 힘을 빼기 위하여 남산 근처를 집중 개발했고 그게 현재 명동과 충무로 등이다. 마치 부평(현재의 계양)의 힘을 빼기 위하여 부평역을 허허벌판에 건설했던 것처럼.

  북촌에 살던 세도가들이 힘을 잃으면서 그 집안의 유물들이나 세간살이들이 밖으로 흘러나왔고, 그것들이 거래되던 곳이 풍문여고 길 건너 인사동이다. 하기야 율곡로는 일제 강점기 때 창덕궁과 종묘의 맥을 끊기 위하여 만든 길이니까 그때는 길 건너도 아니다.

  ‘정든찌개’에서 점심을 먹었다. ‘정든찌개’는 아름다운재단 희망가게 1호점이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다행히 손님이 제법 있다. 이 재단은 태평양 창업자 서성환 회장이 출연한 총 50억 원 규모의 재단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이다. 북촌 공정여행 참가자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길 안내를 해주시는 분은 ‘북촌 탐닉’이라는 책을 쓴 영화 칼럼니스트 옥선희 선생이다. 북촌에서 10년을 살았다. 부럽다.


   ‘아름다운 커피’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공정무역 커피를 파는 곳이다. 자기 잔을 가져오면 300원 할인해준다. 이번 기행의 콘셉트가 공정여행이기 때문에 들르는 곳이 대부분 ‘공정함’과 관련이 있는 대안공간들이다.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한테서 공정무역 커피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커피콩은 약 백 알, 그중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단 한 알에 불과하다. 공정무역 커피는 생산자에게 정당한 몫을 지불하려고 노력하는 ‘착한’ 커피다. 이왕 커피를 마시려면 소위 ‘별다방’이나 ‘콩다방’이 아니라 ‘아름다운’다방에서 마실 일이다.


 


  바로 옆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 1호점인 안국점은 재활용품과 기부물품을 받아 판매하는데 2002년에 문을 열어 벌써 8년이 됐다. 1호 안국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100개도 넘는다. 


  헌법재판소 안에 있는 재동 백송을 보러 갔다. 수령 800년이 넘는 천연기념물이다. 멀리서 보면 두 그루로 보이지만 실은 한 그루다. 헌법재판소는 박규수, 민영익, 홍영식, 이상재, 최린 등의 집터였고, 헌법재판소가 들어서기 전에는 창덕여고 자리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곳이 아마 이곳 헌법재판소일 것이다. 국민들의 가치 판단까지 여기서 심판한다. 옳지 않다. 북촌 초입에 들어선 위압적인 건물도 북촌과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별당길을 지나서 공정무역품을 파는 ‘그루’로 갔다. 가게의 외관이 독특하다. 국내 최초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인 ‘그루’ 제품을 파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물건을 살 때 좋은 브랜드 대신 만든 이들의 형편과 사정을 생각해보자는 게 공정무역이다. 우리의 공정한 소비로 라오스, 네팔, 인도의 생명들을 살리자는 게 공정무역이다. 그런데 난 하나도 안사고 그냥 나왔다. 


-> 이어서 계속됩니다.

 
* 이 글을 쓰기 위해 참고한 책

. <북촌탐닉> 옥선희, 푸르메
.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 이현군, 청어람미디어 

* 필자의 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cafe.naver.com/shinhyunshoo
 
글 · 사진 / 신현수 (시인. 부평고 교사)



 

북촌공정여행에 함께 가실 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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