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효 연






한국과 필리핀의 공통점, 차이점


한국과 필리핀의 공통점은 ‘등쳐먹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상 어디를 가든 사람들 위에 서서 돈 먹는 부자들은 다 똑같다. 필리핀 국토의 50%를 19개의 가문이 소유하고 있고, 한국도 필리핀 보다는 조금? 나은 듯하지만 도토리 키재기다. 권력 있는 사람들이 부정부패를 일삼는 것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내가 직접 본 필리핀은 한국과 닮은 점 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았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바공실랑안 사람들을 보고 내가 느낀 것은 사람들이 참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점이었다. 물론 완전히 도시가 되어버린 마닐라 시내는 다르겠지만, 나는 바공실랑안 말고도 키앙안, 바기오, 두마게티에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필리핀 사람들은 참 잘 웃는다. 지나갈 때 마다 얼마나 많은 인사를 들었는지 모른다. 한국에서 들은 ‘안녕’이라는 말 보다 필리핀에서 들었던 어색한 ‘안녕~’들이 훨씬 수가 많을 것이다. 물론 처음 보는 외국인이, 드라마에나 나오던 한국인이 신기해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필리핀 사람이 한국에 왔다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굳이 필리핀 사람이 아니라 미국사람, 호주사람들이 왔다면?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 때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어쩌면 그래서 외국인이 말 거는 걸 무서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혹시라도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영어울렁증 같은 증상들이 생긴다. 한국에는 틀리면 안 되는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이런 증상들이 생기는지도 모른다.


또 필리핀의 시장이나 교장선생님은 한국보다 권위적이지 않았다. 난 정말 안산시장님께 찾아가서 친구처럼 웃거나 웃긴 표정으로 사진 찍기 등을 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여기 바공 친구들은 시장님께 찾아가서 진짜 친구처럼 안기도 하고 웃긴 표정으로 사진도 찍었다. 그런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내가 만난 시장과 교장선생님이 다 여자라는 것도 신기했다. 진짜 한국에서는 교장선생님, 시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당연하게도 남자였고 여자일거란 생각은 아예 해 본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때까지 내가 본 시장, 교장은 모두 남자 밖에 없었으니까. 거기다 저녁밥을 사라네 아버지가 준비하시는 걸 보고 되게 신기했다. 우리 집에서도 아빠가 밥을 해 줄 때가 있지만 그럴 때는 보통 라면, 김치 볶음밥, 고기굽기 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라아빠가 만들어 주신 음식은 시니강이랑 여러 반찬들이었다. 아빠가 평범하게 밥을 한다는 게 정말 새로웠다.


정작 필리핀에 가서는 외국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돌아와 글을 쓰고 있으니 참 많이 다른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한국은 왜 그런걸까? 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어떤 곳인지 다른 곳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달까? 그런 점에서 이번 여행은 의미있었다.  



필리핀에서 내가 얻은 것, 준 것


바공 친구들에게서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 필리핀과 한국의 다른 점도 거기서 제일 많이 발견했고, 우리가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쭈뼛거릴 때 먼저 다가와 주었다. 또 바공실랑안이 위험하다고 우리가 가는 곳은 모두 따라왔다. 분명 귀찮았을 텐데 그런 친절을 베풀어 준 바공실랑안 친구들이 고맙다. 


우리가 바공친구들과 헤어질 때도, 우리는 그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이제 마지막인데 뭐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고 그저 우리 생각에만 빠져있었다. 그러나 바공친구들은 노래가사를 복사해서 서로 나눠보며 우리에게 노래를 선물했다. 분명 감사해야 할 점은 우리가 훨씬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쪽에서 주는거만 모조리 받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바공친구들이 우리를 열심히 챙겨주고 열심히 마무리하고 떠나보내는 모습에서 손님은 이렇게 대접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그곳에서 내가 준 것이라곤 나무심기, 탁자 만들기, 급식활동 같은 우리의 원래 일정 빼곤 그렇게 많지 않아 아쉽다. 그래도 홈스테이 집에서 피곤해도 애들하고 같이 놀려고 노력하고, 애들하고 이야기하고, 란스에게 노래하는 까마귀를 열심히 접어준 건 정말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홈스테이에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서로 주고받았다. 그래서 행복했다.

필리핀에서 나는 원래 짜여 있는 일정들로 많은 것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뭔가 주려고 했다던가, 하는 일정에 대해 열성을 다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키앙안의 종이접기 수업을 하면서 좀 새로운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종이접기 수업을 할 때, 배우는 애들이 막 우리의 행동이나 말들을 몇 번씩 따라하면서 열심히 웃어대길래 되게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 뒤에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내가 따갈로그어를 배우면서 그런 생각이 점점 사라졌다. 얘기를 하다 보니 이 애들이 나쁜 애들이고, 우리가 웃기게 생겨서 비웃은게 아니라 그냥 초등학생들이 흔히 놀 듯이 했을 뿐이었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처음보는 외국인이 처음 듣는 말을 쓰는데 그게 초등학생 귀에 재밌게 들리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우리도 테레사가 “얘들아~”하는 거 맨날 따라하면서 웃고 떠들었으면서. 굳이 비웃으려고 한 게 아니라 순수하게 웃겼을 뿐이었는데 그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생긴 일이다. 또 그전에 우리와 놀았던 아이들은(그 아이들은 정말 아기들이었다.) 그렇지 않아서 비교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쉽게 오해가 생긴 거 같다. 


사실 우리가 했던 일정 속에서 우리가 주었던 일들까지 다 적으면 참 길어진다. 그러나 나는 거기서 도움을 주고 왔다기보다는 같이 놀고 여러 가지를 함께 나누었다고 생각한다. 

  



평화여행을 통해 느낀 점,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평화여행을 통해서 우리나라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전에는 너무 익숙하고 당연해서 왜 그런지 의문조차 가지지 않았을 것들이 필리핀을 다녀오면서 새롭게 보였다. 자기 자리에서 평화를 지향하고 있는 단체나 사람들을 만난 것도 좋았다. 그리고 그 단체들이 왜 그런 일을 하는지도 이해 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면 여행을 반만 다녀온거나 다름없으니까.


BSYF나 시트모나 둘 다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평화로워야 자신도 평화로워지기 때문에 그런 활동을 한다. BSYF는 자기가 살고 있는 바공실랑안은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행복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수업, 탁자 만들기, 홍수예방 나무심기 등을 한다. 시트모는 그 멤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옛날부터 내려져 온 계단식 논이기 때문에 지키려는 것이다.


그건 마치 동생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으면 내가 가서 도와주는 것과 같은 원리다. 동생이 행복하지 않으면 나도 행복할 수 없고, 그러면 평화로울 수도 없으니까. 시트모의 계단식 논도 같은 이야기다. 내 집이 무너져 가는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다만 이 예를 큰 범위에서 실천하고 있는 게 시트모와 BSYF다.


사람들은 결국 모두 이어져 있고, 함께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내가 평화로우려면 주위 사람들과 함께 할 수 밖에 없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내 삶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간디철학을 배울 때 왜 더불어 살아야 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나에게 그런데로 힌트를 준 여행이었다.     




공정여행을 통해 느낀 점, 좋았던 점, 보완할 점


필리핀 여행을 준비하며 우리가 봉사하고 바다도 많이 못가는 공정여행을 가게 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 솔직히 그런 것보다 그냥 노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와 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이렇게 더운 곳에 6주라는 긴 시간동안 의미없이 바다만 간다면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을 것이다.


우리가 관광이 아닌 여행을 했던게 가장 좋은 점인 것 같다. 여행사 가이드랑, 그러니까 내가 하고 있는 이 여행을 일로만 느끼는 사람과 함께했다면 결코 즐거울 수 없다. 여행 와서 나만 재미있고 나만 즐거우면 되는 게 아니니까. 관광지가 되어버린 바기오를 둘러보다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으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죽 늘어서 앉아있는걸 보고 기분이 참 이상했다. 그리고 그 때 ‘우리가 하고 있는 게 진짜 공정여행이긴 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공정여행이란 사람들을 만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관광을 하면서 지나치는 사람들, 민박집 주인이라던가, 내가 탄 배의 선원들이라던가, 내 여행을 정말 나만 즐거운 여행이 아니고,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계단식 논을 지키는 시트모 친구들과 함께한 것처럼.


이 공정여행을 통해 진짜 여행을 간다는 게 무엇인지 정말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족끼리 여행을 갈 때나, 언젠가 나 혼자 여행을 갈 때 공정여행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하게 될 것이다.     

  

다만 우리의 여행에서 아쉬운 점은 로빈슨 몰 같은 대형마트를 아무런 생각 없이 막 갔다는 점이다. 골목상권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잘 가지 않는 대형마트를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많이 갔는지 모르겠다. 다음 여행에서는 최대한 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좋겠다.




이 글은 14년 여름에 진행된 <필리핀 평화캠프>의 참가자 '권효연' 학생의 수기에서 일부 발췌하였습니다.


리핀 공정여행 바로가기

저작자 표시
신고
블로그 이미지

공감만세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지구와 지역이 미소짓는, 고민하고 상상하고 배우는 여행.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