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연재 2 / 이웃나라 우리 이야기

 

 세계 3대 빈민지역 바세코가정부가 꿈이었던 10대 소녀 조나



고두환(회원, 청년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




1)
바세코의 10대 소녀 조나의 꿈은 가정부였다.

처음에는 그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토록 가난한 동네에서 살아가는 아이의 꿈이 가정부라니,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다른 사람 집안일을 해주러 다니는 것이 꿈이라니. 놀라웠던 건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점이었다. 섣부른 편견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가만히 입을 닫고 있었다.
 

조나의 엄마는 바세코 주민조직 카발리캇(Kabalikat: ‘어깨동무라는 따갈로그어)’에서 일을 하는 주민조직 활동가이다. 엄마는 딸이 울타리가 높게 쳐진 채, 쓰레기 더미와 악취로 가득한 바세코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어떤 것이든 배우길 원했다. 호기심이 많고 또래에 비해 생각이 깊었던 조나는 엄마의 바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카발리캇의 공부방에서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운영하는 공부방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녀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이름과 숫자를 쓰지 못하는 아이들은 근본적으로 본인들이 그것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지 못했다. 이름과 숫자를 쓴 들, 자신들의 생활이 달라질 거란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 조나는 공부방에서 그런 아이들과 1년가량 울고 웃으며 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나는 새로운 세상과 사람을 만나고 싶단 욕구가 더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즈음, 공부방을 공동으로 운영하던 공감만세의 공정여행 프로그램에 조나는 참가하게 됐다.

 

조나를 만났다. 필리핀을 공정여행하면서 찬란했던 그들의 고대문화와 자부심,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과 친구가 됐다. 그리고 꿈이 생겼다. 대학에 가서 교육학을 전공하여 바세코에 있는 여러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조금씩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카발리캇의 오랜 노력 끝에 정부 장학생으로 교육대학에 당당히 입학할 수 있었다. 조나에게 물어봤다. 왜 가정부가 꿈이었냐고.
 

간단해요, 바세코에 살다 보면 가장 안정적이면서 돈을 잘 버는 직업은 가정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보이는 게 그러니까요. 남자아이들은 운전하는 사람인걸요
 

그런 조나는 지금 대학을 그만두었다. 바세코에서 운전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다가 덜컥 애가 생겨버렸고, 해변가에 위치한 허름한 판잣집에서 살아가게 됐다. 조나의 엄마는 한숨 쉬며 딸의 신세를 한탄하기 시작했다. 가정부가 꿈이었던 조나, 그리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던 조나, 그리고 지금은 바세코의 평범한 아낙이 된 조나. 그녀는 행복할까?

  


 

 1) 바세코: 세계 3대 빈민지역이라 불리는 필리핀의 도시빈민지역, 마닐라에서 가장 화려한 쇼핑몰과 5성급 호텔이 즐비한 말라테 지구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여의도 크기만 한 이곳에는 무허가 판자촌을 형성한 10만 명의 도시빈민들이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며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현상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 이 글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2012년 소식지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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